'Dairy'에 해당되는 글 39건

  1. 일의 기쁨과 슬픔+ 2014.11.20
  2.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2014.10.28
  3. 인생의 맛 2014.10.26
  4. 나이 2014.10.24
  5. 한낮의 우울 4 2014.10.16
  6. 점심시간의 상념 2014.09.25
  7. . 2014.08.10
  8. . 2014.08.04
  9. 지지말자 2014.07.24
일의 기쁨과 슬픔+
from Dairy 2014. 11. 20. 18:11

너무 긴 시간동안 한가지 프로젝트만 하고 있다보니, 그리고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회사와 내 개인의 이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보니 프로젝트의 등락이 감정적으로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 프로젝트가 계속 불안정한 상태로 지속되다보니 내 정신상태도 불안정하다. 일에서 삶의 기쁨을 찾지 않으려고 여러가지로 노력하지만, 사실 일주일 중 5일, 자는 시간을 제외한 생활 시간중 2/3 정도를 일을 하면서 보내는데, 그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일에서 만족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프로젝트 개발자의 노력이 중요하지가 않다. 프로젝트의 개발 자체는 거의 완료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Holes를 보면 주인공 stanley의 아빠의 직업이 발명가라고 설명하면서, 발명가로서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세가지가 1) intelligence, 2) perseverance 3) a little bit of luck 이라고 한다. 사업의 성공도 비슷하다. A little bit of luck이 없으면 개발자가 아무리 ,intelligence와 perseverance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또한 훌륭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 이 프로젝트에 정말로 필요한건 약간의 운이다.

 

이건 그냥 단순히 내가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애정이 더 있어서 프로젝트가 더 좋아보이고 그런 문제가 아니고, 진짜 운이 없는거다. 물론 운도 실력이고, 뭐 운이 안따라준다고 생각되는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무리 개인이 똑똑하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걸 느낀다. 물론 시간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그때 이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었는데 하고 생각되는게 수백가지쯤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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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스터디를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 세시간 동안 하는 스터디인데, 1시간은 경제학 기초를 공부하고 2시간은 책을 읽는다. 이미 매주 일요일마다 철학 스터디를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개 모임의 성격이 자꾸 비교가 된다. 물론 후자는 벌써 반년이나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해서 그냥 비교하면 좀 그렇지만...

 

여튼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은 조금 부담스럽다. 내가 너무 주관이 별로 없고, 남의 말에 이리저리 잘 휘둘리는 사람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좋다. 물론 나도 완전한 톨레랑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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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는 벌써 3개월을 꽉 채웠고 이번달엔 학원에 한번도 안빠졌다! 게다가 복습도 열심히 해서 뭔가 공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어는 이미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훌륭한 수준은 아니지만 ㅠㅠ) 뭐 한두달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가 더 늘었구나, 이런게 느껴지지 않는데 중국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다가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거니까 느는게 느껴진다. 점점 병음을 보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단어가 는다던지, 듣기만 하고 쓸 수 있는 한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던지, 또는 조금씩 말을 만들 수 있게 된다던지.

 

물론 그래도 여전히 수업중엔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산더미같음. ㅋㅋ 빨리 잘하구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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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from Dairy 2014. 10. 28. 02:30

 

 

 

 

 

비단 여성의 외모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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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의 고민과 우울에 대해서 읽으면 조금 도움이 된다. 그건 이 세상에 이렇게 우울한 건 나만이 아니구나, 이런 안도감은 전혀 아니고-. 내가 하는 고민은 내가 가진 상황이 안좋기 때문에 하는 고민이 아니고, 그냥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한번쯤은 해야하는 고민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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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질렀던 결과물들을 모두 받았다.

일단 러쉬. 러쉬 직구는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빨리오고 가격도 싸고 너무 좋다. 새로 온 샴푸바로 머리를 감았더니 뭔가 웨이브가 풍성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같이 온 고체향수는 처음에는 냄새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바르면 바를 수록 향이 너무 좋아서 계속 바르고 있다. 근데 손으로 녹여서 바르는게 약간 귀찮긴 한데.. 난 분사형보다는 고체형이 좋은데, 스틱향수가 이제 안나온다는게 좀 슬프다. 향이 너무 좋으니까 조금씩 행복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도서 정가제가 11월부터 시행이라고 하니까 그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50% 할인 상품을 다 질렀다. 50%인데 결제하고 보니 무려 15만원에 육박.. 배송이 너무 늦어져서 연락하니 주인집에 맡겨놨다고 하여 주인집에 찾으러 갔다. 그럼 연락을 해줬어야지... 그래도 택배 찾은 기쁨이 더 크다. 뭐부터 읽을까 막 고민을 하다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다 잠들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늦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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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건 정신상태에 꽤나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다. 뭔가 열중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있는 건 참 좋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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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맛
from Dairy 2014. 10. 26. 17:12

내겐 나 혼자만의 사전이 있다. 날씨가 나쁘고 불편할 때면 나는 시간을 흘려보낸다. 날씨가 좋으면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다시 손을 내밀고 꼭 붙듣다. 날씨가 나쁘면 달려야 하고, 좋으면 다시 주저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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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춤출때 춤추고 잠잘때 잠잔다. 아름다운 과수원을 홀로 거닐 때, 내 상념은 얼마간 외부상황에 방해받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산책과 과수원과 부드러운 고독, 그리고 나에게로 집중된다.

 

몽테뉴, 수상록

 

보통 힘들땐 잠깐 쉬어가라고 하고, 좋을땐 탄력받아서 달리라고들 하는데, 몽테뉴는 거꾸로다.

힘들땐 빨리 달려서 이 순간을 보내고 좋을 땐 천천히 가면서 순간을 음미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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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from Dairy 2014. 10. 24. 01:00

옛날에는 무엇인가 성취한 사람들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나이가 되면 저렇게 각자 자기 분야에서 뭔가를 성취/성공 하면서 살아가는건줄 알았는데, 요새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내 또래거나 심지어 어리기까지 한걸 보면서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실감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당연하게 쟁취(?)하는 것들인 줄 알았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요즘.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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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우울
from Dairy 2014. 10. 16. 06:30

yes24에 들어가서 책을 장바구니에 담다가 한낮의 우울에 관한 너무 괜찮은 북리뷰가 있어서 링크를 걸어둔다. 이런 리뷰야 말로 책을 할인률과 상관없이 마구 주문하고 싶어지게 만들어주는 리뷰다.

 

http://blog.yes24.com/document/1405656

 

최근에는 영화든 책이든 사람들이 너무 피상적으로 줄거리만 읊어둔 리뷰만 잔뜩이라서 읽는 즐거움이 없다.

이 리뷰는 꽤 괜찮아서, 블로그에 들어가서 몇 가지 글을 더 읽었는데 꽤 읽는 즐거움이 있다. 그 중 이런 것이 제일 좋은 점은, 하나의 책을 읽고 여러가지 다른 책이나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것.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제일 좋아하고, 결국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도 이러한 지향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에서 공통점을 끌어내는 것. 그렇지만 다양하게 아는게 별로 없어서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는게 내 한계-.-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이러한 주장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울증 환자가 건강한 사람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말한대로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눈이 더 날카롭다.”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제력에 있어서도 정상인들에 비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가 정상인과 달리 문제적 인간이 되는 이유는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실패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환상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되돌아보면 환상이 결여되었다는 불합리한 사실은 자기 성찰에 대한 반성이다. 이 책의 첫장을 펼치면 미하일 불가코프가『백위군』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백위군』에서 “모든 것은 종말을 고한다. 괴로움도, 아픔도, 피도, 굶주림도, 페스트도, 검(劍)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별들만은 우리의 존재와 행위의 그림자들이 지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세상에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눈을 들어 별들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일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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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이 책을 주문하려고 한 것도 우울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계속 우울한 것은 아니고, 우울하다가 조금 괜찮아지기도 하다가 반복하고 있는데 우울한 정도가 심해졌음을 인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신체적 변화는 불면이다. 우울하면 할 수록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수반되는 다른 증상들은 식욕저하, 무기력증, 그리고 죽음에 대한 반복적 생각 등이 있다. 이렇게 우울감과 동반되는 다른 기분이나 신체적 변화와는 별개로 우울증 발생으로 인해 생긴 최근의 삶의 변화는 관계 축소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지가 않다. 처음에는 우울할 수록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길래 억지로라도 만나려고 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1)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함에 따라 오는 스트레스 2) 억지로 우울하지 않은척 해야하는 스트레스 3)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그냥 그만뒀다. 회사에서도 업무적인 대화 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데다가, 모임이라는 모임은 웬간해서는 다 피하고 있다. 마음은 편한데, 사실 친구들, 지인들과 만나지 않으니 욕을 엄청 먹고 있다. 그냥 가끔은 한 1~2주 정도 세상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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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그만뒀다.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운동인데, 나는 우울해지면 질수록 운동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졌다. 운동을 하면서 땀흘리고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아 울고 싶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역시 이것도 pt를 끊어뒀기 때문에 어거지로 해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그만두기로 했다. 운동을 하면 확실히 몸은 좋아지지만, 이렇게 상태가 엉망징창이 됐을때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남는 시간에 그래도 다른걸 해야지 하고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역시 나는 무엇인가를 계속 해야된다는 강박증이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중국어 학원은 가끔 우울감으로 인해서 정신상태가 바닥을 치면 그냥 빠져도 된다.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않기로 했고, 자격증이나 이런걸 목표로 두지 않기로도 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 싫으면 안하고 하고 싶으면 하고 그렇게 해야겠다. 그래도 직장인 환급과정이라 출석은 80% 이상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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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싶다.

근데 다른 어디에 가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두렵다. 그리고 다른 어딘가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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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의 상념
from Dairy 2014. 9. 25. 12:33

 

오늘은 어제 먹다남은 치킨을 좀 찢어서 샐러드에 올리고, 사이드로는 방울토마토를 준비해왔다. 아이폰이 고장나서 사진을 찍을수가 없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 음악을 듣고 포스팅을 하는건 최근에 생긴 새로운 즐거움 중 하나다. 이 시간외에는 이상하게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 집중해서 하기가 어렵다. 어젯밤에도 이직을 위한 이력서를 겨우 끙끙대며 썼다. 끙끙댄거에 비해 퀄리티는 별로.. 아직 지난번 면접본 결과가 다 나오지 않아서 사실 모티베이션이 잘 안생기지만, 데드라인이 있어서 그냥 끙끙대면서 냈다. 사실 투입시간도 짧았고, 준비도 별로 안해서 좋은 결과가 있긴 어려울것 같다는 생각. 흑.

 

나는 항상 엄청 잘하고 싶어하면서, 또 엄청 노력하고 싶지는 않은게 문제다. 오늘 아침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바바의 잭 마 회장이 쓴 If you are still poor at 35, you deserve it 이라는 글을 읽었다. (원문은 여기: http://vulcanpost.com/7702/jack-ma-youre-still-poor-35-deserve/) 뭐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결국 내용은 본인은 대학도 삼수했고, 유학도 실패했고, 알리바바를 창업한다고 했을때 친구들 23명이나 다 반대하고 망할것 같다고 하고, 가족들도 싫어했지만 야망이 있어서 도전했고 그 결과 중국 부자 1위가 되었다는 얘기다. 더불어 성공한 중국여성의 대명사인 우시홍여사님-.-의 이야기도 함께 써 두었다. 청소부에서 시작해서 판매원... 등등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나가 중국 IBM의 최초 여성임원이 된.

 

이런 글을 보면서 내가 궁금한건 어떻게 이 사람들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디테일이다. 뭐 야망을 갖고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이런건 다 알지만, 그럼 어떻게 노력했는지가 궁금한거다. 청소를 어떻게 열심히 하면 판매원이 되고 판매원이 어떻게 열심히 하면 IBM 임원이 되나. 그런 디테일. 여튼 어찌됐든 간에 저 글에 나온건 회사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했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글을 읽으면서 오전에 한 생각은 1. 나는 이룬것도 없이 서른이 다 갔구나 ㅠㅠㅠ 2. 일하면서 몇시간 공부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 어제 중국어 숙제를 제껴버렸다 - 저렇게 열심히 살라면 살 수 있을까. 뭐 이런것들.

 

그리고 그 생각이 끝나자마자 역시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사람은 왜 '그냥'살 수는 없는 걸까' 라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역시 또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잉여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이렇게 괴로워하면서 피곤해하면서까지 왜 이렇게 노력해야하는 걸까. 노력하지 않은 자신은 왜 채찍질해야 하는 거고, 반성해야 하는걸까.

 

그치만 결국 다 내 선택인거다. 잉여로 대충 하고싶은 거 즐거운 것들만 잔뜩 하면서 살아가던지, 엄청나게 노력해서 중국부자 1위가 되어서 살아가던지 간에 정답은 내 안에. 흐엉. 근데 잘 모르겠다는게 함정... 흑

 

아래 영상은 점심먹으면서 본 trashcan sinatras의 티저. song hunting.

이것도 페이스북에서 trashcan sinatras가 직접 올린것이다. 그러고보니 요새 모든 정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얻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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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airy 2014. 8. 10. 22:33

집에 다녀왔다. 원래는 1박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요일까지.

토요일엔 시간 남은 김에 ㅅㅊ이도 만나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제 서로 안지 대략 15년쯤 되가는데, 만날때마다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편하고 즐거움. 이렇게 아무 얘기나 다 할 수 있는 이성친구가 있는 건 참 좋은 거같다. 옛날엔 얘도 엄청 insecure하고 흔들거리고 로맨틱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가, 그 바운더리 안에서 엄청 잘 살고 있는것 같다. 본인도 약간 좀 슬프긴 하지만, 지금이 좋단다. 부럽기도 하고 부럽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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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라와서는 신사에 가서 ㅈㅁ이와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에 가서 팬케이크와 오믈렛을 잔뜩 시켜서 와구와구 먹었다. 아 배불러. 식사가 아니구 간식으로 시킨건데 엄청나게 많은 양을 시켜서 먹었다. 버터핑거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소울 푸드. 부드러운 팬케이크를 먹으면 영혼까지 치료되는 느낌.. 우어.. 그리고 ㅈㅁ이랑 대화는 항상 언제나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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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결핍이 조금씩 있는 삶을 살기로 마음 먹어서, 이번주는 meat free week을 실행하기로 했다.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를 다시 읽으면서, 주인공이 내가 책임져야 할 죽음의 수를 줄이기 위해 고기를 안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감동한것도 있고.. 알러지가 너무너무 심해진 것도 있고. 밀가루 없는 주간보다는 훨씬 쉬울듯. 기념으로 두부 샐러드 도시락을 만들었다. 흐흐.

근데 주말에 내려가자마자 삼겹살 먹음. 아빠가 10시까지 저녁도 안먹고 기다렸는데, 도저히 안먹을 수가 없었음.

아빠랑 둘이 오순도순 저녁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아빠가 너무 완벽하게 살려고 하지 말라고,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얘기해줘서 또 마음이 괜찮아졌다. 엄마도 항상 내 망한 연애..-_- 얘기를 들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 질거라고 얘기해주는데, 엄마가 얘기해주면 항상 진짜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괜찮아 질 것 같다. 근데 서울 오는길에 나의 멍청함으로 인해 또 마음이 조금 무너질 뻔. 후아아아아.. 잘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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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주말 동안 또 더더더더더더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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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airy 2014. 8. 4. 19:55

요새는 아무것도 아닌게 종종 위로가 된다. 예를 들면, 리어왕에서 리어왕이 죽을때 코딜리어가 살아있다는 착각을 하고 행복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해석이 있다는 거라던지, 머핀을 먹으러 갔는데 서비스로 잘 구워진 쿠키를 얻어먹었다던지. 마스다 미리의 수짱시리즈 보면, 시리즈 중 어떤 책인지는 잘 기억 안나지만, 마이짱이 병원에 갔다가 병원에서 "요새 일이 좀 많았나봐요." 였나 뭐 이런 얘기를 의사에게 듣고 울컥하는 장면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 관계도 아닌 사람이, 내 상황을 알아준다는 것은 상당히 위로가 되는 일인 것 같다. 요새 내가 너무 우울해하니까 주변에서 막 열심히 위로해주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된다기 보다는 위로를 해주려고 하는 행위 자체가 위로가 된다. 말은 공감하지 못할 때도 많음. 여튼 그래도 다들 고마워. 이렇게 챙겨주고 얘기해주고 걱정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다행이야. 고맙다는 말을 많이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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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어쩌다보니 서울역을 들러서 출근하게 됐다. 어쩌다보니.. 까지는 아니고... 뭐.. 그렇게 됐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엄청 힘들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하는데,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확 밀어서 넘어졌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가버림. 다치진 않았는데, 우산을 놓치는 바람에 완전 다 젖은 채로, 젖은 물미역 마냥, 서울역 한복판에 앉아있는 형상이 되었다. 그 와중에 흰 자켓 입고 왔는데 젖어서 색깔 변하면 어떡하지, 드라이 새로 하고 처음입은건데 또 드라이 맡겨야되나, 아 내 구두는.. 뭐 이런생각을 했다. 약간 어쩔줄 몰라하면서 일어나려고 하니 어떤 아줌마가 우산을 씌워주며 나를 밀쳐낸 아저씨에게 욕을 했다. 나쁜 싸람. ㅠㅠ 그 순간에는 당황해서 아무 생각 못한채로 우산 아줌마한테 고맙다고 대충말하고, 서울역안에 들어가서 화장실에서 젖은 몸을 닦고 머리를 닦는데 갑자기 눈물이 좀 날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 그 아저씨한테 아무말도 못하고 멍때리고 비를 맞은 내가 너무 한심하고, 지금 서울역 공중화장실의 거지같은 휴지로 몸을 대충 닦고, 휴지가 몸에 붙어서 나는 막 그걸 또 떼려고 하고 있는데다가, 그 와중에 출근해야되는데 늦으면 어떡하지 으앙 막 이게 뭐지 하면서 눈물이... ㅠㅠ 그치만 이렇게 울고싶어질 때는 항상, 다 컸는데 지금 울면 뭐가 되나 싶어서 꾹 참는다. 잘 참으면 나름 또 기특함. 그 와중에 출근은 꾸역꾸역 열심히 해서 지각은 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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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어야겠다. 술 마시고 걍 행복해지면 괜찮은데, 요새 자꾸 술 마시면 취하고, 취해서 쓸데없는 말을 자꾸 하게 되는 것 같다. 첨엔 기억이 안나다가 조금씩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는데-_- 너무 생각 없이 말해서 어쩌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해보인다고 해서 진짜 다 강한것도 아니고, 상처 안받는 것도 아닌데. 물론 진짜로 상처 안받을수도 있는데, 그래도 상처 받을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말을 타인에게 하는건 역시 좋지 않다. 미안해. 반성. 사과해야지.

 

고등어를 금하노라에 있던 말,

우리 부부는 평생에 걸쳐 무수한 상처를 주고받았다. 서로에게 적응하지 못해 성욕의 주기가 곧잘 어긋나곤 하던 시절에 우리는 간혹 짜증 섞인 혹은 노골적인 무시의 눈길로 상대방을 거절했고, 이것은 각자의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다. ……
묵은 상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 나름의 방법은 ‘따지지 않는다’이다. 핑퐁을 주고받는 와중에 튀어나간 공이 누구의 라켓에서 튀어나갔는지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 우리가 만든 공동의 상처라고 생각하면, 내가 입은 상처가 덜 원통하고 내가 입힌 상처가 덜 부끄럽다. ……
나는 사회적으로는 공정하고 정확한 과거 청산을 부르짖는 사람이지만 부부 관계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주관과 감정으로 얽힌 동네지 공정성이나 정확성이 지배하는 동네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이 우리의 과거에 대해 황당무계한 소리를 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나는 “그런가?” 하고 만다.   ... --- pp.27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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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우울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도 순식간에 무너질 때도 있지만, 나름대로 고군분투 하고 있고 그 결실도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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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말자
from Dairy 2014. 7. 24. 17:17

우울따위에 지지말자.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기력해져도,

조금 많이 참아야 하더라도 우울해지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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