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ry'에 해당되는 글 39건

  1. 최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들 2018.11.14
  2. 그림일기 2018.06.09
  3. 너그러운 사람되기 2018.03.12
  4. 정체성을 지키는 것 2017.08.19
  5. 사랑하는 힘! 2017.06.26
  6. 희망사항 2 2017.05.30
  7. . 2017.05.13
  8. 위빳사나 명상 후기 2 2017.04.26
  9. 기다림 2017.03.20
  10. 출장일기 2016.11.21

# 라오스 여행

9월에 라오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비엔티엔에서 묵고, 방비엥으로 갔다가, 다시 비엔티엔으로 돌아왔다. 

여행지를 선정할땐 잘 몰랐는데, 최근에 꽃보다 ...남자? 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다녀간 뒤로 한국인관광객에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어로 된 간판도 많고... (노래방, 치킨집도 있다-_-;) 

최근에 출장만 주로 다니다가 맘껏 놀러다니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여유 만빵. 

또 출장에서는 항상 렌트카빌려서 다니고, 잘 교육받은 사람들, 좋은 식당 들만 다녀서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출장은 어쩐지 몸조심을 하고 시간도 없다보니 새로운 식당도 잘 안가게 되고, 대중교통도 잘 타지 않으니 그만큼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깊이 알기가 어려운 것 같다. 반면 여행다니면서 길거리 식당들도 가고 (물론 여행지 식당이지만), 미용실도 가고 local 버스도 이용하고 하면서 좀 신이 났다. 아 정말 재밌었어. 

 

여기는 천국인가... 


# 최근에 시작한 취미 

1. 달리기 

멋있는 사람들은 다 달리기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고, 김연수 작가도 달리고, 내가 좋아하는 돌배 작가도 달린다. 그래서 나도 달리기를 하면 멋있어 지려나? 여튼 달려보기로 했다. 내년에 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마라톤 대회도 신청하고. 꼭 하프를 성공할 수 있도록 달려봐야지. 

2. 명상 

최근 스트레스지수가 너무 높고, 불만이 많고, 그러다보니 우울하고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니컬해지는 것같아서 명상이 시급하다는 판단. 한동안 서울 시팅이 안하는 것 같았는데, 요새 다시 하는구나. 다음주에 출장 갔다오면 한번 가야겠다. G씨에게도 연락해서 같이 가자고 해야겠다. 


# 출장 

남태평양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매번 가는 출장이지만, 올해는 첫 출장! 아니 창업이후 우리회사의 이름을 걸고 가는 첫 출장! 그리고 연이어서 또 다른 출장! 그리고 다음주에 가는 마지막 출장! 마지막 출장은 처음으로 아프리카로 간다. 황열병 주사도 맞고, 말라리아 약도 받았고. e VISA도 신청했고. 체크체크. 여튼 올해는 3번의 출장이 있었고, 아마 올해 안에는 더 없을 것 같다. 내 인생 어딘가에 역마살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는데, 앞으로도 계속 나갈일들이 생길것 같다. 흠. 

여튼 다음주 출장준비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황열병 약 때문인지 플라시보인지 약간 기운이 없다. 하고 싶은건 많은데 난 너무 게으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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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from Dairy 2018. 6. 9. 11:10


정말 오랫만에 계획없는 주말 아침을 보내고 있다. 집이 너무 더러워서(...) 요새 유행하는 청소도우미 어플을 이용해서, 청소 도와주시는 분을 불렀기 때문. 10시나 11시쯤 와주시면 좋으련만, 4시간 단위로 예약을 해야 해서 9시~1시 또는 2시~6시 밖에 선택을 할수가 없었다. 8시쯤 일어나서 씻고 나갈준비도 하고, 청소도구들도 좀 준비해두고... 처음 해보는 홈 클리닝 서비스라 약간 긴장도 되고, 너무 더럽기 때문에 창피하기도 했지만-_- 다행히 오신 분이 굉장히 잘할 것 같은 포스를 팡팡 풍기셔서 기대가 됐다. 아직 결과는 모름. 

여튼, 가방에 이것저것 싸들고 갈데가 없어서 집앞 스타벅스에 와서 일단 라떼를 시키고 있는데, 막상 할일이 없다. 물론 이것저것 할라면 수도 없이 할일들이 많지만... 근데 뭘 대단한 자기계발을 위한 건 일단 안하고 좀 쉬기로 했다. 잠을 4시간 정도밖에 못자서 머리가 멍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가, 최근 알게된 로빈순이라는 블로그 주인의 그림일기를 정독하면서 1시간정도 흘려보내고... Mrs.로빈순표류기라는 책을 쓰신 분인데, 초등학생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사실 최근에는 결혼이나 육아 관련된 글들이 너무나 많고 흥미로워서 자꾸 집중해서 보다보니, 의식적으로 안보려고 하는게 있는데, 이 분의 일기는 너무 재밌어서 중간에 끊기가 어려웠다. (원래 남의 일기 훔쳐보는게 제일 재밌지.) 잦은 출장과 많은 업무들을 하면서 어쩔땐 blue 해지기도 하고, 어쩔땐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 그 감수성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나도 서피스로 그림그리기에 한번 도전해봄 ㅋㅋㅋ 비싸게 200만원이나 주고 샀는데, 타블렛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같아서 노력해보는 김에 그림도 그려보았다. 꾸준히 그리면 좀 실력이 늘을거 같은데.. 과연? 


# 그러고보니 꾸준함 

요새는 꾸준함이 인생의 테마다. 10키로 가까이 불어난 살을 빼는 것 + 체력 증진을 위해서 매일 30분씩 홈트를 빠지지 말고 30일동안만 해보자는 계획과 더불어 15분씩 위빠사나를 하고 있다. 엄청 열심히 한것 같지만 사실 이제 4일됨ㅋㅋㅋㅋㅋ 거기에 자기전에 원서 1장정도씩 소리내서 읽고 잠든다. 이때 읽는 책 역시 파워블로거이자 기자인 Indizio라는 분의 블로그에서 추천받아서 산건데, Scott adams 라는 만화가가 쓴 책이다. 만화책은 아니고, 이 작가가 professional persuasion의 관점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고, 분석한 책이다. 뒤에는 Master persuader가 되는 방법도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못읽었다. 이 속도로 읽으려면,,, 하. 답이 안나오는군. 근데 좋은건, 진짜 재밌다 이책. 10분만 읽다 자려고 하는데, 자꾸 너무 오래 읽게 되서 수면 시간이 줄어들 정도니까. 

어떤 사람들은 한번에 하나씩 하는게 좋다고도 하지만, 난 의욕이 넘칠때는 우왕~ 넘치고 없을때는 전혀 없어서, 의욕이 있을때 짧게 짧게 이것저것 하는게 좀 좋다. 이렇게 이것저것 열심히 하고 있을때 일도 더 잘되고 공부도 더 잘된다. 지금의 목표는 30일정도만 무너지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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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사람되기
from Dairy 2018. 3. 12. 21:35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여유있고 너그러운 사람이란 왜이리 되기 어려운건지. 
왜 고집불통인 사람을 보면 투견처럼 달려들고, 나중에 후회하는지. 

할건 많은데 여러모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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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지키는 것
from Dairy 2017. 8. 19. 22:57


# 이직 

이직을 했다. 운좋게 클라이언트 중 하나가 내가 쉰다는 사실을 알고 이직을 제의했고, 장단점이 있겠지만 장점에 집중하는 마음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7월부터 다녔으니 벌써 한달 반. 아직까지는 즐겁게 다니고 있는데, 업무 스트레스가 꽤 있다. 안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낮잠을 자는 내내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고민(일과 관련된)을 하느라고 자도 잔것 같지가 않더라. 이정도로 몰입해야 일을 잘하게 되는 것 같고, 일을 잘하고 싶지만, 한켠으로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지키는게 좀 무너지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된다. 


#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이직 이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정말 많은데, 만날때마다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 나이. 그리고 결혼유무. 남친 유무. 결혼 계획. 이런것들이 너무 personal 한 것이니 묻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은데, 동시에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되어 항상 결국 웃으면서 답하게 된다. 회사에서 경영진 보고를 하다가는 높은 사람에게 "너는 미스김이냐, 김과장이냐" 라는 질문까지 받았다.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까탈스럽지 않고 성격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이상하다. 이 두가지 개념은 다른 속성인 것 같은데, 동시에 두가지를 지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 하고싶은 것 

이직 이후에도 세미나는 여전히 2개쯤은 유지해서 하고 있고, 새로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 거금을 들여 동영상 강의 및 시험을 등록했다. 일도 잘하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고. 여러가지를 하면 하나도 못하게 될까 두렵다. 그래도 내가 이런저런 것을 하는 것은 나중에 일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남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다. 7년간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회사에서 회사의 정체성과 나의 정체성을 동일시하면서 다닌 결과에 대한 후회이기도 하다. 물론 결과론적으로는 지금 회사에서 무척 인정받고 있지만 (업무적으로), 반드시 정체성을 동일시키고 일과 삶의 밸런스를 포기했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 회사와 이별하는 과정은 많은 슬픔과 분노를 동반했기 때문에, 나의 삶에 대한 밸런스를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해보자는 것이 지금 생각이다. 뭐, 잘할 수 있겠지.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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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힘!
from Dairy 2017. 6. 26. 14:00


아무래도 미워하는 힘 이상으로
사랑하는 힘이 있어야겠다
이 세상과
저 세상에는
사람 살 만한 아침이 있다 저녁이 있다 밤이 있다
호젓이 불 밝혀 


고은, 순간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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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from Dairy 2017. 5. 30. 16:17



아침형 인간이 되고싶다.................

으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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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airy 2017. 5. 13. 23:40

# 이번주 내내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렸는데, PMS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물론, 너무너무 행복한 상황에서 아무리 그날이 온다 하더라도 우울감이 오지는 않겠지만, 호르몬이 아주 사소한 계기를 증폭시켜서 우울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주 사소한 계기는 불안감, 외로움 같은 것일거다. 사실 그렇게 불안할 것도 외로울것도 없긴한데..

# 우울함을 이기기 위한 명상을 했다. 사실 명상을 배울때는 센터에서 나가더라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각 1시간씩, 그리고 1년에 한번씩은 코스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나는 지속적으로 명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려면 패턴을 거기에 맞춰서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랜기간 목적을 가지고 행해야 하는데, 아침저녁 1시간 명상을 습관화 하기에 나는 명상의 효과를 그렇게 믿지 않고 있었으니까. (물론 코스에 참가할때는 아주 좋았다) 원인이 어쨌든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유튜브에서 검색한 고엥까 영상을 틀어놓고 진지하게 명상에 임했다. 당연히 센터에서 명상할때처럼 집중력있게 잘 되진 않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명상이 끝나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는게 느껴졌다. 오.. 신기방기할세.

# 오늘 같이 공부하는 연구실에 계신 동네 주민으로부터 서대문구청 수영장이 매우 저렴하고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작 알았으면 5월부터 했을텐데.. 힝. 지금이라도 등록할 수 있는지 월요일에 바로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할 수 있으면 좋겠네. 쉬는 동안 그래도 기본적인 수영이라도 배우면 좋겠다.

# 제대로 하고 있는게 없다는 것이 우울감의 한 원인인데, 스케줄러를 보니 그래도 이것저것 해온것 같다. 매주 월요일마다 푸코세미나를 하고 있고, 수요일 아침엔 비폭력대화 수업을 듣는다. 이번주 토요일부터는 정치철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조금 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은데.... 라고 생각하지만,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부치는 것 같아서 조금 한템포 쉬면서 여유를 갖기로 했다. 너무 여유있게 보내는것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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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빳사나 명상 후기
from Dairy 2017. 4. 26. 15:48


지금부터 작성하는 내용은 4월 14일부터 11박 12일간 경험한 위빳사나 명상에 대한 후기이다.

위빳사나는 보리수 나무 아래서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명상법으로, 개인에 대한 메타인지를 키우는데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고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여러가지 일들과 맞닥드리게 되는데, 그 때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마음이 이리저리 날뛰는 바람에 고통속에서 살게 된다. 위빳사나를 배울 때는 좋은 일들에 대해 기뻐하는 것 역시 집착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기쁜일이든 슬픈일이든 똑같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데, 특히 슬프거나 원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할 때 마음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위빳사나는 날짐승처럼 날뛰는 마음을 훈련하여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고통을 덜 느끼고 행복하고 평온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최근 몇년간 여러가지 불안과 걱정, 괴로움이 있었고 최근 몇개월은 그러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여 결국 더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꼭 위빳사나가 아니어도 마음을 다스린다는 많은 방법들이 있고, 다양한 명상법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마침 휴직도 한 김에 담마코리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위빳사나 명상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하루의 기록

Day 0.
명상센터는 전북 진안군에 있고, 서울에서 센터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와 기차가 있다. 나의 경우는 용산역이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기차가 주는 로맨틱함이 좋아서 기차를 이용했다.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전주역으로 이동한 후 전주역 앞에서 무진장버스를 타고 (이름도 귀엽다!) 한 30분 정도 산길을 달리면 어떤 길에 내려준다. 그 길에서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센터가 나온다. 전주역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가면, 비슷한 행색의 여행자들이 몇명있는데 거의 다 동일한 목적으로 같은 곳에 가는 사람들이니 함께 따라가면 된다.

도착하면 몇가지 신청서를 작성하고, 책이나 필기구 등의 소지품을 맡겨두게 되는데 이 때 핸드폰도 함께 맡기게 된다. ㅠㅠ 핸드폰 없는 10일이라니..

Day 1~5

센터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돌아가면 하루하루를 잘 기록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하루를 정리했는데, 써둘곳이 없다보니 그 기억들은 대부분은 휘발되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매일 아침 4시~4시 반 정도에 기상해서 명상하고 밥먹고, 쉬고 명상하고를 반복하는데, 계속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딱히 지루하거나 심심하지는 않았다. 쉬는 시간에는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씻거나 산책을 하거나 하는데, 나는 산책을 정말 열심히 했다. 날이 좋은 날에는 날이 좋아서 ㅋㅋㅋ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정말 열심히 걸었다. 매일매일 같은 장소를 걷다보니,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에 반해서 행복감이 충만해졌다.

Day 6~8

매일 저녁 듣는 법문에는 2일째와 6일째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날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2일째는 괜찮았는데, 6일부터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잊으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일 많이 한 생각은 회사 생각, 그리고 그와 관련된 J의 태도에 대한 생각이었다. 두가지 모두 서럽고 억울하고 슬픈 감정들이 떠나지 않았다. 너무 괴로워서 어떤날은 산책을 하다가, 어떤날은 침대에 누워서, 어떤날은 명상을 하면서 눈물이 났다.

수련생들은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별도로 주어지는데 (신청한 경우에 한해서), 나는 이러한 생각들에 대한 질문을 했다. 명상할때도 생각이 떠올라서 명상에 집중할 수가 없는데 괜찮은지.. 선생님의 대답은, 그것을 생각 안하려고 노력하면 안할 수 있지만, 그런 것 보다는 오히려 생각이 나면 그것을 더욱 더 관찰해 보라는 것이었다. 물론 위빠사나 명상방법에 따라,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저 관찰하기만.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 언젠가는 그 쓰레기들이 다 되돌아 오게 되는데, 지금은 그 쓰레기들이 되돌아 오는 과정이고, 이걸 하나씩 주워서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Day 9

9일차에는 그러한 감정이 더욱더 폭발하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명상을 하는둥 마는둥.. 심지어 방에서 짐도 쌌다. -.- 그렇지만 하루만 남았으니 조금 더 참아보자는 의지를 갖고 저녁명상을 했는데, 그 순간이 참 다행스럽게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Day 10

10일차에는 침묵이 해제되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과 9일간 있었던 일들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날밤을 잘 자고나면 드디어 핸드폰을 돌려받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깨달음

그 전까지 깨달음이란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과 같이 한번에 이루어지는 경이로운 체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상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한번에 모든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 하나의 깨달음. 그리고 수없이 많은 일들에 대한 깨달음. 하나하나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깨달음의 과정이라는 아주 당연한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위빳사나의 기본적 정신은 그 어떤 괴로움도 그대로이지 않다는 것.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걸 경험하는 것, 그 점에서 다른 철학적 지식을 얻는 것과 위빳사나 명상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이다. 그치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모든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거다. 다 내 마음안에. 마음먹기를 가능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보고 직접 체험해 보라는 것이 위빳사나의 기본적 가르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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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from Dairy 2017. 3. 20. 14:41

JM이 키우는 항상 행복한 포메라니안 강아지가 있다. 이름은 또또.
또또는 병원에 가도 행복하고, 낯선사람이 와도 행복하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빼고. 우량한 강아지답게 당연히 음식을 미친듯이 좋아하는데, 간식을 들고 '기다려'를 참 잘한다. 바닥에 침을 뚝뚝 흘리지만..
근데, 음식을 앞에 두고 '기다려' 하면, 행복하지 않을것 같은데, 바로 앞에 있는데도 갖지 못하는거니까. 근데 JM말로는 또또는 그때도 행복하단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주니까. 

기다린다는 것은 참 지치는 일이다. 수요일. 혹은 목요일 정도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물론 나는 또또처럼 침을 흘리면서 기다리는 건 아니고, 약 열흘 정도 남은 시간 동안 할일이 엄청나게 많으므로 그걸 하면된다. 하루.. 이틀.. 사흘, 혹은 나흘 밤만 자면 된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알게 되는 것이니까, 조금 기다리는 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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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일기
from Dairy 2016. 11. 21. 22:19

하반기에 갑작스럽게 근 몇년간 없던 해외출장이 2건이나 생겨서 다녀왔다. 한번은 상해 출장이었는데, 1박2일의 짧은 출장이었기에 즐거운 기억은 별로 없지만, 다시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 이맘때 HSK를 보고, 중국어를 바로 놓아버렸기에 다시 시작하는게 너무 두렵지만, 12월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두번째 출장은 투발루였는데, 여기는 정말 재미있는 나라다.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출장자가 나로 결정되고,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마음도 무겁고, 가기전날엔 지갑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매우 우울한 상태로 출국하게 되었다. 게다가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아직 마무리를 다 하지 못한 과제가 있어서 마음이 더더욱 무거웠다. 그래도 남반구의 아름다운 석양을 보니 역시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발루는 전체 인구수 1만명 정도가 되는데, 그중 6천명이 내가 방문한 섬에 살고 있었다. 공업, 산업 등은 거의 발달하지 않았고, 가는 길이 힘든데다가 물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크지 않아보였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 창밖을 바라 보면 활주로의 양옆에 민가가 바로 붙어 있고, 일주일에 2일 정도 비행기가 뜨고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활주로는 거의 주민들의 공놀이 공간이나 오토바이 도로 정도로 사용된다. 이 섬은 유명한 허니문 장소인 몰디브처럼, 기후변화로 인해서 해수면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때문에 향후 100년 이내에 섬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보면 북한으로 인한 전쟁 발발 위기에 처해있는 것 같지만, 막상 살아보면 대충 잊고 사는 것처럼 그 나라 사람들도 아는지 모르는지 적당히 살고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물공급이 더 큰 문제. 생활수는 물론 식수도 당연히 빗물을 받아 생활하는데, 집집마다 10톤정도 되는 큰 물탱크를 가지고 있고, 지붕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 물탱크에 저장해둔다. 어떤 필터링 과정을 거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물을 그냥 먹고 산다. 공해가 거의 없을테니 빗물을 마시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도 같지만, 더 큰 문제는 비가 오지 않을때다. 이틀정도만 비가 오지 않아도, 사람들은 먹을 물을 구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담수화 설비로 모여들지만, 담수화설비의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항상 물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런 현재 상황을 반영한 담수화설비 및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의 타당성 평가였는데, 현장을 가보니 꼭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사업성은 매우 낮아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슬픈일이다.

어디서는 눈먼돈이 남아돌아 이 돈을 가져다가 쓰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사업들도 잔뜩 만드는데, 정작 필요한 일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뭘하고 있는걸까, 이제 더이상 사업개발을 직접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로 회의감이 든다.

돌아온 주말에는 시간이 남아돌아-.- 간만에 영화를 봤다. 그런데 마침 고른영화도 The Big Short. 우울함이 배가 된다. 이런ㅋㅋㅋㅋ

또 다른 단상으로는 섬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것. 어딜 가도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물론, 관광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6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원양어선도 머물고 하다보니 곳곳에 쓰레기들이 있다. 한글로 된 물병까지 발견했다. -0- 여름휴가에 놀러갔던 포르멘테라와는 너무 비교된다. 포르멘테라도 무척 아름답고 깨끗했지만, 투발루와 비교하니 역시 관광지라 인공적인 미가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투발루는 그에 비해 너무 인간적이고 아름다웠다. 이튿날 운좋게 모터보트를 얻어타고 호텔까지 잠시 이동할 기회가 생겼는데, 석양이 지는 바다위를 이동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화나 인터넷도 없이 살아갈만큼 가난한 나라지만, 집집마다 뒷마당이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저녁엔 뒷마당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놀면서 석양을 구경하는 것이 일상인 나라. 그런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보트위에서 찍은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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