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우울
from Dairy 2014. 10. 16. 06:30

yes24에 들어가서 책을 장바구니에 담다가 한낮의 우울에 관한 너무 괜찮은 북리뷰가 있어서 링크를 걸어둔다. 이런 리뷰야 말로 책을 할인률과 상관없이 마구 주문하고 싶어지게 만들어주는 리뷰다.

 

http://blog.yes24.com/document/1405656

 

최근에는 영화든 책이든 사람들이 너무 피상적으로 줄거리만 읊어둔 리뷰만 잔뜩이라서 읽는 즐거움이 없다.

이 리뷰는 꽤 괜찮아서, 블로그에 들어가서 몇 가지 글을 더 읽었는데 꽤 읽는 즐거움이 있다. 그 중 이런 것이 제일 좋은 점은, 하나의 책을 읽고 여러가지 다른 책이나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것.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제일 좋아하고, 결국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도 이러한 지향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에서 공통점을 끌어내는 것. 그렇지만 다양하게 아는게 별로 없어서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는게 내 한계-.-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이러한 주장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울증 환자가 건강한 사람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말한대로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눈이 더 날카롭다.”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제력에 있어서도 정상인들에 비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가 정상인과 달리 문제적 인간이 되는 이유는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실패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환상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되돌아보면 환상이 결여되었다는 불합리한 사실은 자기 성찰에 대한 반성이다. 이 책의 첫장을 펼치면 미하일 불가코프가『백위군』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백위군』에서 “모든 것은 종말을 고한다. 괴로움도, 아픔도, 피도, 굶주림도, 페스트도, 검(劍)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별들만은 우리의 존재와 행위의 그림자들이 지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세상에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눈을 들어 별들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일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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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이 책을 주문하려고 한 것도 우울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계속 우울한 것은 아니고, 우울하다가 조금 괜찮아지기도 하다가 반복하고 있는데 우울한 정도가 심해졌음을 인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신체적 변화는 불면이다. 우울하면 할 수록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수반되는 다른 증상들은 식욕저하, 무기력증, 그리고 죽음에 대한 반복적 생각 등이 있다. 이렇게 우울감과 동반되는 다른 기분이나 신체적 변화와는 별개로 우울증 발생으로 인해 생긴 최근의 삶의 변화는 관계 축소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지가 않다. 처음에는 우울할 수록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길래 억지로라도 만나려고 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1)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함에 따라 오는 스트레스 2) 억지로 우울하지 않은척 해야하는 스트레스 3)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그냥 그만뒀다. 회사에서도 업무적인 대화 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데다가, 모임이라는 모임은 웬간해서는 다 피하고 있다. 마음은 편한데, 사실 친구들, 지인들과 만나지 않으니 욕을 엄청 먹고 있다. 그냥 가끔은 한 1~2주 정도 세상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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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그만뒀다.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운동인데, 나는 우울해지면 질수록 운동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졌다. 운동을 하면서 땀흘리고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아 울고 싶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역시 이것도 pt를 끊어뒀기 때문에 어거지로 해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그만두기로 했다. 운동을 하면 확실히 몸은 좋아지지만, 이렇게 상태가 엉망징창이 됐을때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남는 시간에 그래도 다른걸 해야지 하고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역시 나는 무엇인가를 계속 해야된다는 강박증이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중국어 학원은 가끔 우울감으로 인해서 정신상태가 바닥을 치면 그냥 빠져도 된다.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않기로 했고, 자격증이나 이런걸 목표로 두지 않기로도 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 싫으면 안하고 하고 싶으면 하고 그렇게 해야겠다. 그래도 직장인 환급과정이라 출석은 80% 이상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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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싶다.

근데 다른 어디에 가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두렵다. 그리고 다른 어딘가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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