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학원 끝나고 ㅈㅁ이와 심야영화 관람을 했다. 이틀 연속으로 만났는데, 이틀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어제 본것 같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고 마치 봤던 것이 일주일/이주일 전 쯤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허허. 너무 빡시게 일했나.
오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스포일러가 될까 싫은 사람이 있어서 감상평은 접어둠.
서로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건 모든 연인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이다. 물론 나도 그런 연애/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는 건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그렇게 감정을 나누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데 그런것을 원하지 않을 순 없다. 또 이렇게 끊임없이 남들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시대에서는 더더욱. 남들의 눈을 의식한다는 것은 사실은 결국 자신이 만든 이데올로기를 투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거고, 난 사실 그런 면들은 모든 연인이나 부부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걸 얼마나 인지하고 서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맞춰주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건강한 관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판가름이 난다. 근데 중요한건 그건 한명만 해서는 절대로 될수 없는거다.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이 노력한만큼 상대방에게서도 비슷한 양의 노력을 돌려받고 싶어하니까, 단순한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한 사람의 불만족이 쌓이고 그러면 노력한 사람도 노력을 점점 포기해가게 되는거다. 물론 더 노력한다고 해서, 혹은 노력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방을 덜 사랑하니 더 사랑하니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느낄 가능성은 더 크다. 말을 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데 아무리 내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영화에서는 둘의 관계 뿐만아니라 대중의 반응을 통한 사건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난 이것도 결국에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들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 진실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이 없다.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제일 중요한거니까. 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청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 노력하지 않는 미디어나 사람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다 -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해하고 있는 거라면, 오해하게 만든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