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인턴 (2015)

The Intern 
8.4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르네 루소, 냇 울프, 애덤 드바인
정보
코미디 | 미국 | 121 분 | 2015-09-24

 

추석에 부모님과 함께 인턴 관람.

가족영화로 매우 좋을거 같지만, 중간에 로버트 드 니로가 마사지받으면서 으흐흥- 하는 장면에서는 약간 민망했다 -.-

친구나 애인이랑 봤으면 걍 웃고 넘어갔을거 같은데 울엄빠는 보수적인 60대라.. (흐엉.. 벌써 60대라니 ㅠㅠㅠㅜ)

 

뭐 내용은 간단하다, 평생 회사원으로 살아오던 70대 할아버지가 할머니도 먼저 보내고, 할일 없이 놀다가 어떤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 거기 젊은 여사장이 여기저기 치이고 정신없는 것을 잘 잡아준다는 얘기. 일단, 누구나 좋아할 법한 멋진 70대 할아버지가 젊은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취직한다는 설정자체가 너무 멋지다. 특히 요새같이 어리고, 어린 것이 더 중요한 시대에서는 연륜이 주는 여유로움에 대해서 자주 까먹으니까. 그런면에서는 이 감독은 역시 나이와 경험, aging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표현하는데 탁월한 것 같다.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에서도 그렇고.

 

근데, 이 멋진 설정에 비해 드라마는 좀 아쉽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입체적이지 못하고.. 그냥 뭐랄까. 인턴으로 들어간 70대 할아버지의 존재는 일반적으로 사회교육을 어느정도 받은 (내가 늘 말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데 불과한 느낌이랄까... 특히 제일 아쉽달까 불편하달까 한 것은, 결국 현 사회에서 원하는 여성상이 앤 해서웨이인것 같은.. 그 부분이랄까. 브릴리언트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에 성공해서 돈도 잘벌고, 멋있는 남편과 토깽이같은 딸도 있는데, 역시 21세기에 걸맞게 남편은 돈도 잘벌고 사회적으로 더 성공한 아내를 위해 전업주부가 되어 토깽이를 보육. 그러나 치열한 사회에서는 어린 여사장이라고 치이고, 집에서는 남편이 바람을 피는데, 이것저것 두렵지만 일도 더 열심히 하고 남편과도 갈등을 일시적으로 해결해서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살겠다는 것으로 끝나는..

 

모든 영화가 원하는 바램대로 살아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현 사회에서 30대 여성에게 원하는 현대 여성상의 전형적인 모습임을 깨닫는데 그 불편함이 온다. 나는 별로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 가정(육아)와 회사일을 병행해서 둘다 엄청 잘해낼 자신도 없다. 어떤 쪽이 되었던지간에 한쪽은 완전히 포기하거나, 잘하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둘다 완벽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아직까지 그런사람을 보진 못한것 같다.

 

근데 이런 고민은 왜 여자들만 해야되나. 일이 바쁘고 힘들어질수록 여자들은 향후 내게 닥쳐올 삶 (결혼, 내조, 육아 등등..)과 회사에서의 삶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남자들은 본적이 없다. 남자들은 그냥 일이 바빠서 몸이 힘든게 고민이고, 몸이 힘든데 여친/아내가 찡찡대는 걸 달래주는게 고민이다. 그들이 더 좋은 남친/남편/아빠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사회적인 성공보다 한차원 아래에 있는 욕망인 것이라는 말이다...

 

흐엉..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한텐 벤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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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엄빠에게 엄빠의 서른하나가 된 막내 딸래미도 저렇게 이리저리 치이며 살고 있다는 걸 인지시키는데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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