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너무 열받하지 말자고 늘 생각하는데... 논리적으로 납득하고 타협할 수 있는 문제지만, 감정이 부정적으로 몰아칠땐 스스로의 바닥을 좀 느낀다. 여전히 이런거에 흥분할 수 있으니 좋은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그런사람이고 싶지 않다는게 제일 문제. 흐흑.
고아성도 나오고 해서 재밌을거 같았는데, 어쩐지 흥행은 못한 모양. 시간에 맞는 영화관을 찾는게 너무 힘들었다. -0-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없는 상영관을 꾸역꾸역 찾아서 본 이유는 역시 직장생활에 대한 내용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묘하게 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이지 않다.
5년정도 일하다보니 고아성이나 배성우 배우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열심히 일하고 착하지만, 센스없고 답답한. 그냥 나같은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와 같은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현시대에서 원하는 상이 아니다보니 조직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뭐든 빠르게 변하는 요새같은 시대에서는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외면당한다. 이런일을 하다가도 저런일이 급하다고하면 빨리 빨리 전환해서 해줘야하고, 어제는 A처럼 해달라고 했다가, 오늘은 B처럼 해달라고 하면 A에서 빨리 벗어나고 B로 가야한다. 심지어 새롭게 바뀌는 핸드폰 게임도 빨리 빨리 바꿔줘야 점심시간에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답답하고 센스없고 그런 사람이 된다.
플러스, 자기 감정, 욕구에 대해서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그냥 막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 답답하다, 센스없다. 여러가지 말로 상처를 주고 그들이 말하지 않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사실은 이런것도 살인인데. 고아성, 배성우가 누구를 연기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런 사람, 우리가 옆에서 늘 보는 착하지만 답답한, 열심히 하지만 센스없는 그런사람인거다. 그래서 살인자가 배성우든, 고아성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죽는 사람들은 고아성과 배성우를 오버랩해서 보기도 하고..
나도 뭐 나름 적응력 강하고 사회화 잘된 사람이라 아마 저런 오피스 안에서는 죽는 사람쪽에 속하지 않을까. 흐.. 묘하게 반성하게 된다.
그거 말고도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다. 뭔가 께림칙하지만, 진급을 앞두고 더이상 진실로 다가가지 못하는 형사라던지,..
씨네리 김혜리 기자 코멘트가 맘에 들어서 추가로 저장해 둠
<오피스>는 “사표를 칼처럼 품고 다닌다”라는 관용어에서 비유를 지워버린다. 정말 칼 한 자루를 안주머니에, 사무실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다니는 샐러리맨들이 나온다. <숨바꼭질> <소셜포비아>도 그랬지만, 개인과 조직을 불문하고 능동적 목표보다 낙오의 공포가 행위의 큰 동기로 작용하는 한국 사회 양상에 잘 착안한 장르영화다. 동시대 집단이 현실에서 겪는 고역에 기초한 호러는 쇼크와 무서움도 중요하지만, 히스테리와 노이로제의 뿌리를 드러낼 때에 긴 전율을 남긴다. <오피스>는 이 대목에서 미흡하다. “고위 간부들은 가혹하다”, “동료들은 이기적이다”, “인턴은 착취당한다”, “중간관리자는 고독하다”는 만인이 동의할 만한 정서에 호소하지만, 여러 인물의 스트레스와 폭력 충동이 어떻게 맞물리고 전이되는지 회로를 그리지는 못한다. 존속살인부터 사내 연쇄살인까지 초래하는 ‘몬스터’가 초자연적 힘인지, 사람인지 혹은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양자가 접속했는지 종장 이전에 명백히 하고 밀어붙였다면 <오피스>는 끝까지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아무튼 <오피스>는 다시 확인시켜준다. 소재만 따져도 한국 공포영화는 훨씬 무서워질 여지가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