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from Dairy 2016. 3. 18. 14:38

# 변하지 않는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해간다는 것을 아는데, 왜 이렇게 두려운지 모르겠다.

"어째서 모든것은 변해가야만 하는지, 왜 세상은 내가 알던 그 모습 그대로 영원할 수 없는지."


# 두려움

변하는 것이 두려움과 동시에 이대로 머물러 있게 될까봐 두렵다. 모든 것은 변해가는데 머물러 있는 것이 나뿐일까 두렵다.  두려운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과거 내 선택이 옳았었는지 판단하는 것이 두렵고,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후회를 가져올까 두렵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손끝까지 찌릿하게 저려온다. 언제쯤 이런 느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봄

집 앞에 버스정류장 가는 길에 꽃집이 하나 있는데, 프리지아가 너무 예쁘게 놓여있어서 미니부케를 하나 사서 Y에게 선물했다. 봄을 선물해줬다며 매우 기뻐하는 Y. 프리지아 한다발을 들고 다니니, 바람이 불때마다 꽃향기가 나서 봄이 진짜 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프렙에서 밥을 먹고, 건너편 서울미술관을 갔다. 내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점점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용히 관람을 할 수 있는 (정말드문!) 괜찮은 미술관이다. 이날은 봄여름가울겨울이라는 테마로 소장품 전시를 했는데, 큐레이터가 이곳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있지만, 장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서 참 좋았다. 그리고 석파정을 거닐었는데, 좀 더 봄이 온 후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여행

최근엔 경주에 다녀왔다. 약간 바람이 불긴했지만, 따뜻하고 기분좋은 여행이었다. 경주에는 늦은 밤에 도착해서 깜깜한 안압지를 구경하러 갔는데, 차가운 공기와 밤하늘에 별이 총총 박혀있어서 너무 아릅다웠다. 게다가 깜깜한 호수(?)에 비친 궁궐과 나무의 모습은 마치 물 속에도 또 하나의 세계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은 무슨 마을에 가서 유명한 계란김밥을 먹고 교동법주를 샀다. 일단 법주는 저녁에 먹기로 하고, 대능원과 첨성대를 산책하고 늦은 점심은 밀면을 먹었다. 약간 바람이 차가웠는데,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밀면이 뭔가 여름날 기억처럼 남아있다.



 

밤의 안압지와 벚꽃없는 벚꽃길

 

술사러옴. 그리고 첨성대, 예쁘다.



# 최근의 독서와..

최근에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책읽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 씻고 나오면 얼굴에 로션바를 힘도 없이 기절해서 잠이 든다. 게다가 3월부터 새롭게 N에서 예술철학에 관한 진경쌤 강의를 듣고 있는데, 관련 책들을 읽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에 재밌게 보고있는 칼럼? 같은게 있는데 거기 이종영씨가 소설은 쉬려고 읽는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나도 좀 쉬고싶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


생각해보면 바쁘지 않은 날들이 없다. 바쁜나날들에 자꾸 힘든 업무들을 하게 되서 짜증/찡찡이 느는것 같다. 좀 더 느긋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 이건 정말 안되네.


# 팟캐스트

최근에 오천만의 클래식이라는 팟캐스트를 듣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들은 거 또 듣고 또 듣고 하고 있다. 거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틀어서, 잘때도 타이머 맞춰놓고 다시 듣는다. 한명의 여성과 두명의 남성이 진행하는데, 너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으면서 전문성이 있다. 게다가 선곡들도 매우 좋다. (여기 나온 노래는 웬만해서는 다 유튜브에서 다시 찾아듣고 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세명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소개하는 연주자/음악가들에 대해서 본인 취향이나 추구하는 방향성과 다를지라도 존중을 담아서 설명하는 점이 멋지다. 그래서 메일도 보내고 리플도 달고, 퀴즈에도 참여하고 싶지만 소심해서 일단은 인스타그램만 팔로잉하는 것으로.. *_* 오래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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