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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airy 2016. 4. 19. 22:07


# 점심먹고 커피템플에서 라떼를 사서 산책하는데 어디선가 라일락향기가 희미하게 나서 보니 바로 옆에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며칠전에 J가 얘기한 중년의 서정성이 생각이 났다. 물론 내 인생엔 서정성이 가득해서 더이상 들어오지 않아도 될듯싶지만.

좀 꺾어 오고 싶은데, 길에 난 나뭇가지를 꺾어도 괜찮을라나....... 소심해져서 꺾지는 못하고 회사로 돌아왔다가, 오후에 잠시 바람쐬러 나갔다가 몰래 두송이 꺾어왔다. 한송이는 가습기안에 넣고, 한송이는 컵에 물을 담아서 옆에 놔뒀는데 하루종일 라일락향기가 가득해서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기분이 좋은데 나무를 이렇게 잘라도 되나... 이거슨 성숙하고 품위있는 민주시민(?)의 자세가 맞나.. 고민이 되지만 일단 우울한 하루에 활력을 줬으니깐 더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 나는 자존감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애정을 받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면 한없이 기분이 좋다가도, 그런 감정이 불안해지면 금세 우울해진다. 그러다보면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행위에 따라 감정이 이래저래 흔들리는 나 자신이 또 싫어지고, 그럼 기분은 점점 더 바닥을 친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게 쉽지 않다. 다들 잘 가고 있는데, 나만 두리번거리면서 이도저도 못하는 막연한 느낌. 


# 독서기술, 해럴드블룸

“책을 잘 읽는 유일한 방법은 없지만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있다. 정보는 무한히 널려 있다. 그런데 지혜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운이 좋다면 선생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혼자이며 남의 도움 없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잘 읽는 것은 고독이 제공하는 크나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치유의 효과가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이나 친구, 또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 속에 있는 타자성(他者性)을 일깨워준다. 상상에 의한 허구의 문학인 순문학은 타자성이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고독을 경감시켜 준다. 우리가 읽는 이유는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정이 너무 취약하고, 위축되거나 사라지기 쉬우며, 공간과 시간과 불완전한 연민, 그리고 가정과 애정 생활의 온갖 슬픔으로 짓눌리기 쉽기 때문이다.”

 

#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손열음 
# 태연한 인생, 은희경
# 스무살, 김연수 
# 영혼의 슬픔, 이종영
#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다비드 포앙키노스 
# 아주 사적인 긴만남, 마종기/루시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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