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지키는 것
from Dairy 2017. 8. 19. 22:57


# 이직 

이직을 했다. 운좋게 클라이언트 중 하나가 내가 쉰다는 사실을 알고 이직을 제의했고, 장단점이 있겠지만 장점에 집중하는 마음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7월부터 다녔으니 벌써 한달 반. 아직까지는 즐겁게 다니고 있는데, 업무 스트레스가 꽤 있다. 안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낮잠을 자는 내내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고민(일과 관련된)을 하느라고 자도 잔것 같지가 않더라. 이정도로 몰입해야 일을 잘하게 되는 것 같고, 일을 잘하고 싶지만, 한켠으로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지키는게 좀 무너지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된다. 


#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이직 이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정말 많은데, 만날때마다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 나이. 그리고 결혼유무. 남친 유무. 결혼 계획. 이런것들이 너무 personal 한 것이니 묻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은데, 동시에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되어 항상 결국 웃으면서 답하게 된다. 회사에서 경영진 보고를 하다가는 높은 사람에게 "너는 미스김이냐, 김과장이냐" 라는 질문까지 받았다.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까탈스럽지 않고 성격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이상하다. 이 두가지 개념은 다른 속성인 것 같은데, 동시에 두가지를 지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 하고싶은 것 

이직 이후에도 세미나는 여전히 2개쯤은 유지해서 하고 있고, 새로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 거금을 들여 동영상 강의 및 시험을 등록했다. 일도 잘하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고. 여러가지를 하면 하나도 못하게 될까 두렵다. 그래도 내가 이런저런 것을 하는 것은 나중에 일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남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다. 7년간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회사에서 회사의 정체성과 나의 정체성을 동일시하면서 다닌 결과에 대한 후회이기도 하다. 물론 결과론적으로는 지금 회사에서 무척 인정받고 있지만 (업무적으로), 반드시 정체성을 동일시키고 일과 삶의 밸런스를 포기했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 회사와 이별하는 과정은 많은 슬픔과 분노를 동반했기 때문에, 나의 삶에 대한 밸런스를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해보자는 것이 지금 생각이다. 뭐, 잘할 수 있겠지.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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