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일기
from Dairy 2016. 11. 21. 22:19

하반기에 갑작스럽게 근 몇년간 없던 해외출장이 2건이나 생겨서 다녀왔다. 한번은 상해 출장이었는데, 1박2일의 짧은 출장이었기에 즐거운 기억은 별로 없지만, 다시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 이맘때 HSK를 보고, 중국어를 바로 놓아버렸기에 다시 시작하는게 너무 두렵지만, 12월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두번째 출장은 투발루였는데, 여기는 정말 재미있는 나라다.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출장자가 나로 결정되고,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마음도 무겁고, 가기전날엔 지갑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매우 우울한 상태로 출국하게 되었다. 게다가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아직 마무리를 다 하지 못한 과제가 있어서 마음이 더더욱 무거웠다. 그래도 남반구의 아름다운 석양을 보니 역시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발루는 전체 인구수 1만명 정도가 되는데, 그중 6천명이 내가 방문한 섬에 살고 있었다. 공업, 산업 등은 거의 발달하지 않았고, 가는 길이 힘든데다가 물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크지 않아보였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 창밖을 바라 보면 활주로의 양옆에 민가가 바로 붙어 있고, 일주일에 2일 정도 비행기가 뜨고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활주로는 거의 주민들의 공놀이 공간이나 오토바이 도로 정도로 사용된다. 이 섬은 유명한 허니문 장소인 몰디브처럼, 기후변화로 인해서 해수면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때문에 향후 100년 이내에 섬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보면 북한으로 인한 전쟁 발발 위기에 처해있는 것 같지만, 막상 살아보면 대충 잊고 사는 것처럼 그 나라 사람들도 아는지 모르는지 적당히 살고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물공급이 더 큰 문제. 생활수는 물론 식수도 당연히 빗물을 받아 생활하는데, 집집마다 10톤정도 되는 큰 물탱크를 가지고 있고, 지붕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 물탱크에 저장해둔다. 어떤 필터링 과정을 거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물을 그냥 먹고 산다. 공해가 거의 없을테니 빗물을 마시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도 같지만, 더 큰 문제는 비가 오지 않을때다. 이틀정도만 비가 오지 않아도, 사람들은 먹을 물을 구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담수화 설비로 모여들지만, 담수화설비의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항상 물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런 현재 상황을 반영한 담수화설비 및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의 타당성 평가였는데, 현장을 가보니 꼭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사업성은 매우 낮아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슬픈일이다.

어디서는 눈먼돈이 남아돌아 이 돈을 가져다가 쓰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사업들도 잔뜩 만드는데, 정작 필요한 일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뭘하고 있는걸까, 이제 더이상 사업개발을 직접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로 회의감이 든다.

돌아온 주말에는 시간이 남아돌아-.- 간만에 영화를 봤다. 그런데 마침 고른영화도 The Big Short. 우울함이 배가 된다. 이런ㅋㅋㅋㅋ

또 다른 단상으로는 섬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것. 어딜 가도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물론, 관광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6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원양어선도 머물고 하다보니 곳곳에 쓰레기들이 있다. 한글로 된 물병까지 발견했다. -0- 여름휴가에 놀러갔던 포르멘테라와는 너무 비교된다. 포르멘테라도 무척 아름답고 깨끗했지만, 투발루와 비교하니 역시 관광지라 인공적인 미가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투발루는 그에 비해 너무 인간적이고 아름다웠다. 이튿날 운좋게 모터보트를 얻어타고 호텔까지 잠시 이동할 기회가 생겼는데, 석양이 지는 바다위를 이동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화나 인터넷도 없이 살아갈만큼 가난한 나라지만, 집집마다 뒷마당이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저녁엔 뒷마당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놀면서 석양을 구경하는 것이 일상인 나라. 그런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보트위에서 찍은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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